대한민국

입학 사정관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드리는 대학 지원 에세이 작성을 위한 몇 가지 조언

프코프코 2022. 8. 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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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했었던 영국 대학교들

입학 사정 경험담

캐나다에서는 여름에 본격적인 입시 준비가 시작되고, 가을부터 이제 본격적인 입시철이 시작된다. UBC에서만 1년에 7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고, 그걸 입학처에서 온전히 감당을 할 수 없기에 초기 심사 단계에 투입하는 임시 인력을 매년 필요로 한다. 전문대학원 체제인 의대라든가 법대에서도 자체적으로 학내 공지를 통해 입학심사를 임시로 보조할 인력을 선발하기도 한다. 보통 10월부터 다음 해 3,4월까지 이어지는 임시직인데, 매주 최소 10명에서 최대 100명의 지원 서류들을 읽고 1단계 점수를 매기고, 이상하거나 특별히 분류해야 하는 지원서들은 따로 보고를 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약간의 봉사활동 겸 소소한 부업처럼 일부 졸업생들에게 주어지는 입학 사정관 체험(?)을 2년간 해본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모델로 제시된 평가 기준들과 AI가 학습하듯이 사례들을 중심으로 배운 평가 방법들을 가지고 평가를 진행하는데, 지원서들은 무작위로 배정이 되고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하게 된다. 특별히 신경 써서 보고를 해야 할 부분들은 지원서에 정신건강에 이상을 보내는 신호가 있다든가 표절이 의심이 된다든가 유독 돋보이는 성과가 있다든가 하는 부분들인데, 그럴 경우 지원서 데이터베이스에 따로 메모를 남겨야만 했다. 

입학 사정 활동을 하면서 몇몇 정규 입학 사정관 선생님들의 지도와 팁들도 얻을 수 있다. 저마다의 생활 패턴에 따라 보다 일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한 팁들이 있으셨는데, 한 분은 평가에 집중하기 좋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지원서들을 열어보신다고 했고, 또 다른 분은 다섯 개의 지원서 단위로 끊어서 평가 작업에 진행해 나가면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본인의 정서 상태 체크도 하신다고 하셨다. 공통적으로는 아무래도 읽기가 주작업이 되는 일이다 보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환경에 다들 신경을 쓰시는 편인 것 같았다. 이외에도 공통의 지원 서류들을 놓고 입학 사정관들이 모여 균일한 평가가 주어질 수 있도록 수시로 평가를 토의하고 논의한다. 

하고 싶다고 그냥 하는 것도 아니고 지원 및 선발과정을 거쳐 일정 교육도 수료를 해야 하는데, 이해 충돌 방지에 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비밀 유지에 관한 추가 설명을 듣고 서약을 하고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되는 교육들 중 하나가 평가자가 되면 가질 수 있는 무의식적인 편견을 인식시키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하자. 우리가 아는 가장 흔한 예시를 가지고 와보았다. 

철수가 아버지와 함께 교통사고가 나서 아버지는 운명하시고 철수는 크게 다쳐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응급실 의사가 긴급 수술을 위해 수술용 칼을 드는 순간 "철수야~! 내 아들!" 하는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 의사는 철수의 어머니이다.

2. 철수는 어머니의 이혼 후 재혼으로 아버지가 둘이다.

3. 철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을 했다가 다시 재결합을 했다.

4. 철수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서 동성애 결혼을 한 부모님을 두고 있다.

당신의 정답은??? (정답은 글 마지막에 남겨두겠습니다)

뒤돌아 보면, 적어도 요즘 아이들은 또 어떤 경험들을 하고 어떤 생각들을 가지는지도 간접적으로 알아가면서, 누군가의 글을 보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을 사고나 행동방식에 대해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배운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큰 결정을 내리는 일들이었던지라 내가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야박하게 굴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게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좋을까 하는 부분들도 더 많이 고민하고 최근 교육 트렌드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이 되었던 시간들이었다. 


 

체류했었던 미국 대학교들

지원 에세이 작성 준비를 위한 작은 조언들

이제 다면적인 평가를 입시에 많이 적용하기 시작한 캐나다도 수시 전형을 시작하는 한국도 다들 본격적인 입시철이 다가왔다. 비록 캐나다 대학교에서 입학 사정을 맛보기식으로 해본 것이 다이지만, 개인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지원 에세이를 작성할 때 공통적으로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감정적 호소와 과시용 이력으로 지원서를 포장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대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캐나다 대학교에서는 입학 지원 에세이에서 공통 질문들이 주어졌다. 해당 질문들에만 집중을 해야 하는데, 감정적 호소와 수상이나 경험을 실적처럼 포장하다 보면 그 포커스가 조금은 엇나가기가 쉽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단순 체험담이나 우수한 수상 실적이나 인턴 경험을 홍보하는 실적물 수준에 머무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체험 수기 공모에 더 어울릴 지원 에세이들도 많았다.

입학 사정관은 그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일과 공부를 통해 지원자의 인생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성실하게 이끌어 왔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교육을 받는다. 또 기본적으로 입학 사정관들은 지원한 대학에서 대학 생활을 훌륭히 할 수 있는 학생인지를 동등하게 백지상태에서 평가하는 것이지, 특정 수준을 뛰어넘는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예외로 꼽자면, 국가대표급 인재가 지원을 했다면 1단계에서부터 그 지원서는 특별하게 관리가 들어간다.

깊이 있는 사고의 표현은 흡입력 있는 글로부터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누차 이야기하고 싶다. 적어도 지원서에 적힌 글들을 보면 각 지원자의 사고의 폭과 깊이가 보인다. 그 폭과 깊이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들 중 하나가 바로 독서이다. 일단 지원서든 지원 에세이든 지원자는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고, 입학 사정관은 그 글을 읽어야 한다. 글로 하는 표현력 그리고 그 표현들의 참신성과 독창성이 입학 사정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깊은 사고력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단어의 선택과 표현은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입학 사정관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줄 독자라고 생각하고, 작가처럼 글을 써보라고 이야기해 보고 싶다.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데에 있어 참신한 눈과 마음을 가진 지원자라면 적어도 나 같은 입학 사정관에게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주도적으로 한 관심사에서 오랜 기간 꾸준함을 보여주었다면 금상첨화. 결국 그래서 어찌 보면 글을 읽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고 나서 드는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참신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다. 해당 연습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한다면, 대학 입시에 필요한 지원 에세이 작성에서 큰 빛을 발할 수 있다. 독서 토론이라든가 글쓰기 클럽 활동도 괜찮을 수 있고 혹은 혼자서라도 일기장이든 블로그든 꾸준히 생각을 담은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은 연습장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지원자들에게 화려한 수상 이력이 없다고 해서, 누구처럼 부모님 혹은 부모님의 지인 찬스를 사용해서 쌓은 인턴 활동 경험이 없다고 해서 (부모님 혹은 부모님 지인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고 시원하게 밝힌 지원자들이 제법 있었다), 미리 낙담을 하지 말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 삶과 죽음 사이에 도서관이 있다고 한 책에서는 말을 했다. 책 그리고 독서 그리고 글쓰기 연습을 통해 누구나 다양한 인생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끊임없이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모습을 지원 에세이에 잘 담을 수 있다면, 인생의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와 같은 입학 사정관에게는 충분히 어필을 할 수 있다고 격려 그리고 응원을 해주고 싶다. 모든 대학 입학 지원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모든 입시 수험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

"결과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같을 수는 없지만, 많은 입학 사정관 선생님들이 모두에게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점 또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원자분들 한 분 한 분이 원하시는 결과들에 가까워지는 하루하루 보내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내년에 캠퍼스에서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정답 발표

우리가 흔히 아는 정답은 1번이겠지만, 입학 사정관들에게 요구하는 정답은 1,2,3,4번 모두였다. 즉,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고 판단하고 평가하라는 것인데, 아마도 캐나다라서 더욱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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