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추천서를 쓰는 입장에서 보는 국내외 대학원 지원 추천서 잘 받는 방법

프코프코 2022. 7. 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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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ybanks, 출처 Unsplash

해외에서 학부부터 대학원을 다 마치고 현재는 캐나다에서 강의와 연구를 업으로 살고 있습니다. 여름에 접어들어가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게서 슬슬 추천서 문의들이 옵니다. 대학원 지원용이 대부분이지만, 입사, 임용이라든가 장학금 지원 등에 필요한 추천서 문의들도 쏠쏠하게 들어오기도 하죠. 추천서 요청 문의 피크는 대학원 입시철인 가을입니다. 저만이 아니라 다른 교수님들이나 전임교원분들이라면 쓰나미처럼 추천서 요청들이 몰려옵니다.

 

해외 유학에 여러 지원서류들이 필수이겠지만, 한국 문화에서는 아직 낯선 추천서라는 부분을 해외 유학 준비에 있어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으로 오늘 가지고 와보았습니다. 최근에 2년 전에 제 수업을 들은 한 학부생이 저에게 이메일로 추천서 부탁을 해왔습니다. 그 학생의 추천서 작성 과정을 예로 들어보죠. 이메일을 받고 저는 CV, 지원 에세이, 성적표 그리고 지원 일정과 추천서 제출 방법 등을 보내주거나 알려줄 것을 요구했죠. 개개인의 학생에게 필요한 맞춤 추천서를 써주려면 저도 학생을 더 잘 알아야 하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제게 1개월 정도의 추천서 작성 및 제출 시간을 준 상태였고, 제가 지원 동기가 담긴 에세이와 학술적 이력서인 CV 등도 잘 준비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대학원들에 복수 지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딱 한 대학원에만 지원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학생이 추천인으로 제 인적 사항을 온라인 지원 시스템에 넣으면 제게 자동적으로 추천 서류를 작성하거나 제출할 수 있는 이메일이 날아옵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대체로 어느 대학원이나 비슷비슷합니다.

 

 

 

학교 직인이 들어간 공식 레터에 제 서명까지 들어간 문서를 요구하네요. 이것도 통상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사문서보다 공문서와 같은 느낌도 많은 서류이니까요. 추천서는 보통 PDF로 변환해서 제출하는 것을 요즘은 어디든 좋아합니다.

 

추천서 이외에 채워 넣어야 할 항목들이 그 아래에 나옵니다. 주로 교류 기간이라든가 그 깊이 그리고 학문적인 역량 등을 구술하듯이 평가해 달라는 항목들인데요. 이 부분들을 유심히 보면 좋은 추천서를 얻기 위해 학생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질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추천인은 해당 학생과 얼마나 밀접한 교류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좋은 추천서를 얻고 싶다면 교수님 또는 추천인과 자주 대면하거나 교류할수록 추천서 내용의 길이나 깊이가 더해질 수 있고, 또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명심하고 추천서를 받고 싶은 교수님이 있다면 오랜 기간의 인적 교류를 쌓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1년 이상, 단순히 교실에서 강의를 들을 것 이상의 교류면 더 좋겠지요. RA, TA 등도 그래서 좋은 이력이 되어주는 것 이외에 교수님들과의 인적 교류의 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피스 아워에나 또는 약속을 따로 하고 찾아가 학문이나 진로 상담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학문적으로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 것도 꼭 묻는 부분들 중 하나인데, 교류가 많이 없었던 학생이라면 단순히 과제라든가 성적만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 천편일률적이고 지엽적인 추천서가 되겠죠.

 

영어 능력 이외에 소통 능력을 평가해 달라는 항목도 요즘 들어 비중이 또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교수님이나 추천인에게 영어 능력을 보여준다든가 어필해 둔다든가 또는 학문적 능력을 보여주는 모습들을 부끄럽든 또는 오만하게 보이든 신경 쓰지 말고 겸손한 자신감을 가지고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추천서를 부탁하던 학생들이 거의 다 A- 이상을 받았던 학생들이라 추천서를 거부하거나 안 좋게 써줄 이유가 없기는 한데, 추천을 하겠느냐 하지 않겠느냐에 대한 대답은 초긍정(excellent), 긍정(very good) 사이에서 늘 머뭇거립니다. 특별한 학생이었다는 기억과 기록이 있다면 초긍정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저 점수만 잘 받은 학생이었다면 긍정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성적만 잘 받은 학생보다는 매년 수백 명씩 보는 대학생들 중에서 특별한 학생이 추천서에서 조금 유리한 부분들이 적혀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강의 중 토론이나 각종 과제들 등에서 남들과 다른 시선과 깊이 있는 통찰력을 보여주면서 정중하게 교수님의 굳어가는 지성과 호기심을 흔들어 깨울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물론 강의가 끝나서도 학기나 해가 지나서도 꾸준히 학문 또는 진로를 주제로 꾸준히 연락을 해도 좋겠죠. 지난 과제라든가 현재 작업들에 대한 피드백을 더 받을 요량으로 말이죠. 교수님과의 교류를 통해 스스로 더 발전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보여주면 참 기특해 보입니다.

 

 

지원하는 분야에 따라 학문적 평가 이외에도 전문적인 커리어가 있다면 상사나 선배 등에게서도 추천서를 받아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것 같은 두 종류의 추천서에서도 비슷하게 팀워크, 그룹 소통을 평가해달라고 합니다. 특히 수행한 과제나 일들에 대한 평가도 해달라고 하면서 말이죠. 지원자의 잠재력과도 연관된 부분입니다.

 

완성형 지원자보다 대학원 과정 동안 발전해 갈 수 있는 지원자를 뽑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보니 대학원 과정을 얼마나 잘 적응하고 발전해 갈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항목이 됩니다. 빡빡한 수업 양과 과제들 그리고 공부들 이외에 각종 조교 활동도 병행하고자 한다면 말이죠. 그 사이 교수님들 그리고 다른 대학원생들과 원만하고 생산적인 관계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추천서에 담아야 합니다.

 

종종 학문적으로도 탑 10%냐 탑 30%냐 등 정량적인 평가를 통해 순위를 매겨달라는 부분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학생의 성적이 많이 좌우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평가 지표이니까요.

 

이제 제출 버튼만 누르면 끝이 납니다. 지원자에게는 자동적으로 제가 추천서를 제출했다는 알림 이메일이 가겠죠. 이렇게 또 하나의 추천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추천서를 부탁하는 학생들도 부담감을 느끼겠지만, 추천서 작성도 저와 같은 추천인들에게도 정말 일은 일입니다. 개개인의 진로와 미래가 달린 일이니 허투루 써줄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이 교수님들이나 전임교원분들은 일종의 사후 서비스처럼 당신들의 학생들이 추천서를 요청하면 당연하게 추천서를 써줍니다. 너무 추천서 요청 자체를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로에 관한 상담을 충분히 나누고 미리미리 좋은 관계만 쌓고 학문적으로 준비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명 좋은 추천서를 써주시려고 노력하실 겁니다. 적어도 저나 주변 분들만 보아도 말이죠.

 

좋은 추천서를 얻으려면 어떤 준비와 과정들이 있으면 추천서를 써주는 입장에서도 요청한 입장에서도 좋을지 조금은 부족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어보았습니다. 모두에게 다 좋은 결과들이 돌아갈 수는 없지만, 최선의 도전에 대한 소중한 경험은 다들 얻어 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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