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의 돌발성 난청 진단 후기 및 치료 경과

프코프코 2022. 7. 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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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봄이었다. 거실 소파에 잠깐 낮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는데, 왼쪽 귀가 먹먹해진 느낌과 함께 '삐----'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직감적으로 귀에 문제가 생겼구나 싶어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다음날 아침에 찾아갔다.

갓 개업한 이비인후과여서 첫 손님이자 유일한 손님은 나 하나였던 그곳의 의사 선생님은 흔하지 않은 나의 성과 같았다. 청력 검사 결과, 돌발성 난청이라는 판정을 받고, 혈관 확장용 스테로이드 약을 복용 시작했다. 차츰차츰 늘여나갔다가 다시 차츰차츰 줄여나가는 식의 처방이었는데, 1,2주 정도 지나도 큰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몸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 좋아진 듯싶다가도 이내 이명과 먹먹함 그리고 소리 울림이 심해지기도 했다.

자부담이 커지는 것을 무릅쓰고 송파에 있는 상급병원으로 옮겼다. 밀린 예약들 때문에 교수급 의료진을 당장 만날 수는 없었지만, 교수진 프로필 제일 하단에 있는 전문의를 만날 수 있었다. 청력 검사를 거쳐 다시 돌발성 난청을 진단받았고, 일단 새로운 종류의 비급여 약을 복용하기로 했다. 주로 혈관 확장과 이뇨 작용을 하는 약이었다. 이후에 귀에 고막 주사 4회를 맞는 집중 치료도 더해졌다. 더 나빠지지 않았지만, 차도가 없자 내게 동네 협력병원을 통해 고막 주사를 4회 더 맞을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졌고, 총 도합 8회에 걸쳐 스테로이드를 고막에 직접 주입했다. 고막 주사를 맞을 때의 고통은 별로 없었지만, 주입하면서 느껴지는 스테로이드 특유의 쓴맛이 기분을 썩 유쾌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처음보다야 좋아졌지만, 눈에 띄게 좋은 경과는 아니었다. 소리 울림도 많이 사라졌고, 이명도 줄어들었다. 몸의 컨디션에 따라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선택지로 이명, 난청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을 찾았다. 집에서 편도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귀에 놓는 침에 이어 등에 부황을 맞는 치료를 이틀에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받았다. 그리고 따로 한방 소화제 같은 약도 하루에 두 번, 한 달 정도 복용을 하기도 했다.

이름값을 떠나 병의원 간에도 차이가 많이 남을 느꼈다. 진단명에서도 조금씩 엇갈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상급병원에서는 메니에르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도 했지만,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동네 협력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는 메니에르로 진단하셨다. 병원 방문 때마다 청력 검사를 실시했고 그에 따라 검사 비용도 매번 청구되었다. 국내 최고라는 상급병원보다 최신 시설을 갖춘 동네 의원의 청력 검사가 더 꼼꼼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상급병원에서는 MRI 검사를 권유했고, 동네 협력병원에서는 굳이 그럴 것까지는 없을 것으로 내게 이야기했다. 한국에서의 남은 시간 얼마 되지 않아 할 수 없었던 MRI 검사를 제외하면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본 것 같았다. 결국은 돌발성 난청 환자들의 3분의 1은 호전되고, 3분의 1은 더 나빠지지 않고, 3분의 1은 나빠지는 경과를 보인다면 나는 더 나빠지지 않는 3분의 1에 해당했다.

현재의 왼쪽 귀 상태 및 난청 증상:

- 가끔 '삐---' 소리라든가 심장 박동 소리에 가까운 진동음이 들리는 이명과 함께 저음부 청음 능력이 떨어져 있음 (간혹 처음 겪어보는 어지러움을 겪기도 함).

- 경찰차나 소방차,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같은 자극적이거나 시끄러운 소리에 평소보다 귀가 더 힘듦.

- 여러 소리들이 섞여 있으면 하나의 소리를 선명하게 캐치해서 듣기 어려움.

- 그 이외에 일상생활에서는 특별한 지장이 없음.

내가 생각하는 돌발성 난청의 개인적인 원인 그리고 나만의 관리법:

- 불규칙한 수면 패턴 및 부족한 수면에 더해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으로 생각이 됨. 당시 일들 때문에 시차가 바뀐 상태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과 중요한 일정들이 겹치는 바람에 2010년 이후 최대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고 수면도 부족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에 실핏줄이 터졌고, 그 직후에 돌발성 난청이 찾아옴.

-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간에서 스트레스 없이 숙면과 함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귀에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되는 것 같음. 그럴 때면 난청이나 이명도 잊고 지내게 됨.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며 여러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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