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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에 다시 읽어 본 <힐빌리의 노래>

프코프코 2024. 11. 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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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이 결정된 순간부터였다.

 

이제는 부통령이라고 불러야 할 J.D. 밴스의 책, <힐빌리의 노래>를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던 것이.

 

해당 책을 통해 트럼프 2기가 보여 줄 미래가 어느 정도 그려지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호기심에 더해 선거 운동 과정에서 <힐빌리의 노래>가 선거 과정에 얼마나 또는 어떻게 재구성되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었기에 트럼프 진영의 승리로 이어졌을까 하는 복기 차원에서라도. 

 

힐빌리의 노래 독서 후기
Photo by Kulile M on Unsplash

 

<힐빌리의 노래>란?

일종의 회고록과도 같은 그의 책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의 백인 노동계층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오하이오주 애팔래치아 지역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저자는 빈곤과 가정 내 갈등,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경험하고 체득하며, 이로부터 얻은 삶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특히 그는 본인의 인생 경험과 관찰 그리고 고찰을 통해 ‘힐빌리’ 커뮤니티와 미국 내 지리적 공간 구성에 따른 문화적 격차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이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가족 관계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명한다.

2016년에 <Hillbilly Elegy>라는 원제로 출간된 <힐빌리의 노래>는 그렇게 많은 미국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계층의 좌절감과 정치적 불만을 분석해 이목을 끌기도 했었다. <힐빌리의 노래>는 그렇게 미국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도 경제적 불안,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이동성의 문제에 대해 깊은 공감 또는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미국 정치권과 사회 그리고 영화계에까지 출간 이후에 폭넓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밴스 자신에게는 부통령의 자리에까지 이끌 정도로까지.

문화적 및 경제적 격차

<힐빌리의 노래>는 많은 백인 노동계층이 정치 체제에 대해 느끼는 깊은 실망감과 불만이 어떻게 지역 사회에 고착화되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힐빌리’ 문화로 대표되는 낙후 지역과 도시 간의 깊은 문화적 격차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We mistrusted the modern world, not just for its personal shortcomings but for its general dishonesty."

 

그는 "우리는 단지 개인적 결점 때문이 아니라, 세상의 일반적인 부정직함 때문에 현 세계를 불신했다"라고 쓰며, 이 가치관 사이의 차이를 강조한다.

또한 그는 농촌 노동계층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밴스는 가난과 실업, 기회의 부족이 자신의 가족에게 끼친 영향을 가슴 아프게 이야기하며

 

"My grandparents met and married young... and soon had kids—lots of them. This was the life of a 'hillbilly' in Middletown."

 

"내 조부모님은 어린 나이에 만나 결혼했고, 곧 많은 자녀를 두게 되었다. 이것이 미들타운에서의 ‘힐빌리’ 삶이었다"라고 회상한다. 밴스는 반복되는 경제적 어려움과 기회 부족이 불신을 불러일으켰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런 경제적 현실은 ‘힐빌리’의 삶과 도시에서 느끼는 퇴보와 번영 간의 괴리를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결국 밴스의 솔직한 이야기들은 문화적 차이와 경제적 고난이 어떻게 백인 노동계층 내에서 고립감과 불만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잘 보여준다. <힐빌리의 노래>는 선거 기간 내내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고 수많은 이들을 소외시킨 시스템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미국 유권자와 정치권에 상기시켜 준다.

가족과 공동체의 역할

밴스의 불안정한 가정생활은 그의 성장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amid the chaos"

 

그의 할머니는 "혼란 속에서도" 유일한 안정감을 주는 존재였으며, 그의 어머니는 중독과 불안정한 관계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가족 내 불안정한 환경은 그의 유년기를 힘들게 했다.

밴스의 가정뿐만 아니라, 밴스의 ‘힐빌리’ 커뮤니티는 그들이 맞닥뜨린 미국의 현실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은 이들에게 고립감과 주류 미국에 대한 불만을 심어주었고, 밴스는 이를 직접 목격했다.

교육은 밴스에게 도전이자 기회였다. 초중고 시기에는 지역 교육 시스템의 한계가 분명해 보였으나, 결국 예일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뿌리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책에서 그는 교육이 상향 이동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조금은 겸손하게 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밴스는 자신의 가족, 공동체, 그리고 교육 경험이 자신의 세계관과 삶의 경로에 어떻게 깊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묘사하며, ‘힐빌리’ 경험에 대해 개인적인 관찰은 물론 다양한 연구 결과물들을 인용하고 때로는 반박하며 입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트럼프의 호소력에 대한 통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힐빌리의 노래>는 도널드 트럼프의 포퓰리즘 메시지가 백인 노동계층에게 호소력을 가졌던 사회적, 정치적 조건과 문화적 내러티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고착화되어 가는 사회경제적 현안들로 인해 정체되고 퇴보되어 가면서도 정치문화적으로는 고립된 애팔래치아 지역에서 성장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밴스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그리고 깊이 뿌리 박힌 불만을 지역 사회에서 오감으로 포착했다.

 

"culture in crisis"

 

밴스가 목도한 세대적 빈곤과 기회 부족 경험은 많은 시골 및 탈산업화 지역의 미국 가족들이 직면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책에서 "위기에 처한 문화(적 환경요인들)"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이러한 환경이 현 세계에 대한 불신과 정치 체제에 의해 소외된 감정으로 이어졌음을 설명한다. 이런 사회적 실망감과 경제적 불안은 트럼프의 포퓰리즘적 발언과 재건 약속에 보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또한 <힐빌리의 노래>는 같은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낙후 지역으로 대변되는 ‘힐빌리’ 커뮤니티와 도시 사이에서 깊은 문화적 격차를 조명한다. 밴스는 가치관, 생활 방식, 그리고 세계관에서의 뚜렷한 대조를 묘사하며 주류 사회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 노동계층 백인들이 갖는 소외감을 여실하게 보이기도 한다. 트럼프의 반엘리트, 반세계화 입장은 이러한 감정을 자극하며 이들을 잊힌 대중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던 것이었다.

 

"compassionate analysis of the poor who love Trump"

 

<힐빌리의 노래>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지만, 여러 언론매체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를 사랑하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적 분석"의 틀을 제공하며 이 인구 집단이 트럼프의 포퓰리즘적 비전에 공감하게 된 배경을 제시하는 데에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힐빌리의 노래>는 이러한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고, 많은 공동체들이 느끼는 불만과 소외감을 해결할 필요성을 정치권과 유권자들에게 상기시켰던 것이다.

글로벌 공감대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 내 경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지만, 경제적 불안, 문화적 정체성, 사회적 이동성의 장벽과 같은 보편적 주제를 탐구하며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캐나다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사는 백인들의 세대적 빈곤과 도시-농촌 간의 격차와 결부짓기도 하며, 또한 많은 원주민 공동체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캐나다 독자들은 투영했다고도 보고 또 평가하고 했다. 아마도 일부 한국 독자들은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경제적으로 성공을 꿈꾸면서도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밴스의 진솔하고 깊이 있는 관찰과 분석에 깊이 공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정 국가적 맥락을 넘어서 밴스의 솔직한 이야기는 전 세계 독자들이 인간적인 수준에서 ‘힐빌리’ 경험을 공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기회에 대한 열망, 역경에 맞서 싸우는 회복력, 그리고 소속감을 찾는 여정 등은 나와 같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했을 수 있기에 말이다..

즉, 밴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 채워진 <힐빌리의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소외된 공동체들의 투쟁과 열망을 반영하며, 그의 책 자체가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 진영의 정치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반응들 (Mixed Responses)

사실 <힐빌리의 노래>가 백인 노동계층의 고난을 다룬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경험을 인간적으로 조명한 것은 사실이자 강점이지만, 밴스가 개인적 경험에 근거해 복잡한 문제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일반화한 모습들도 살짝살짝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계층과 사회 이동성에 대한 담론을 불러일으킨 것에서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미국인들이 느끼는 사회문화적 격차와 경제적 불안에 대한 묘사는 출판 이후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남에도 여전히 시기적절한 것으로 보이고 또 판명이 났으니까. 특히 트럼프 지지층의 불만을 설명하며 포퓰리즘의 부상과 연관된 주제를 다루어 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미 대선 이후에 더욱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의 결론

개인적인 이야기가 사회적 담론으로까지 이어지는 부분들이 매끄럽지 않고 일부 오류들도 있기에 책 자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 안팎의 다양한 독자들에게 불평등과 아메리칸드림의 쇠퇴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도록 하는 그런 도전적인 책으로 앞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미국 국내외 주류 미디어와 해외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미국의 모습도 그 안에서도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함으로써 이 책은 부분적으로나마 계층 간 공감을 이끌어낼 수도 있으며, 불평등과 문화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정치, 경제, 문화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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