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하와이안 피자의 본고장은 하와이가 아니다? 캐나다에서 발명된(?) 하와이안 피자의 유래

프코프코 2022. 9. 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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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오늘의 저녁은 간단하게 하와이안 피자 한 조각. 사실 캐나다에서는 테이크아웃에 중점을 두는 어느 피자 가게든 가면 하와이안 피자 메뉴를 쉽게 볼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리기로 유명한 파인애플 토핑이 들어간 하와이안 피자.
 
하와이에 갔을 때 하와이에 왔으니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하와이 편 속 백종원이 찾았던 피자 가게를 일부러 찾아가서 일명 '백종원 피자'라는 단어로 모든 주문을 끝낼 수 있는 하와이안 피자를 일부러 먹었던 적도 있었다.
 
마치 하와이가 원조일 것만 같은 이름이 가지고 있는 힘은 조금은 무지한 여행자들을 끌어당기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거디에 미디어의 영향력이 토핑처럼 더해진다면?
 
좀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유래를 살펴보면 하와이안 피자는 캐나다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발명이다. 하와이안 피자는 그리스에서 캐나다로 이민한 샘 파나폴로스 (Sam Panpoulos)가 1962년에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채덤 (Chatham)이라는 곳에서 그가 형제들과 운영을 하고 있던 새틀라이트 식당 (Satellite Restaurant)이라는 곳에서 내어놓은 피자 메뉴에서 유래한다.  
 
토마토소스, 햄, 치즈를 바탕으로 한 피자에 파인애플 토핑을 추가로 올려 구워 먹은 것에서 시작했는데, 60년 대 무렵 피자가 북미 각지에서 유행을 하면서 보다 경쟁력 있는 새로운 식당 메뉴로 고안해 놓은 것이 바로 하와이안 피자가 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파인애플 통조림 캔의 이름에 하와이안이 들어가서 하와이안 피자가 되었다고 한다. 상품명이 지역과 딱히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 셈.
 
하와이안 피자의 탄생과 전파에 그 문화적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이들도 있다. 하와이가 공식적으로 미국으로 편입된 1959년 무렵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티키 문화 (Tiki Culture 또는 Tiki Trend)라고 하와이를 포함한 태평양 섬나라들의 문화에 대한 예술과 사회 각계의 관심이 고조된 시기 중에 하와이안 피자가 탄생한 것으로 시대적 배경을 보는 입장인데, 정작 샘 파나폴로스는 형제들과 재미로 실험적으로 해 본 시도였다고 밝혔으니 실제 얼마나 영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원조의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와이안 피자의 원조는 호주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또는 햄, 치즈에 파인애플을 넣은 토스트 또는 샌드위치가 그 원조라고 하는 이견들이 여전히 팽팽히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오늘의 저녁은 간단하게 하와이안 피자 또 한 조각

 
캐나다에 가면 정통 이탈리아 피자집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피자집들이 하와이안 피자를 메뉴에 올려놓고 있다. 파인애플 토핑을 피자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을 하는 이탈리아인들이 많기 때문인데 (이탈이라 쪽이 극불호라면, 문화적 배경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다), 이런 논란에 이 더욱 널리 알려진 계기가 2017년에 있었다. 
 
당시 아이슬란드 총리가 한 학교 방문 행사에서 했던 농담이 널리 알려진 것에서부터 시작했는데, 피자의 파인애플 토핑을 법적으로라도 금지시켜야 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루도는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캐나다를 대표해 하와이안 피자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영국 등의 아이슬란드 대사관에 하와이안 피자가 배달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또 여론 조사들을 살펴보면, 캐나다 서부의 밴쿠버 사람들이 캐나다 내에서도 파이애플 토핑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덜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오는 반면 퀘벡 쪽은 불호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자, 긴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원조 논쟁이야 어떻든 하와이안 피자의 본고장은 하와이가 아니다. 그러니 하와이에 가서 굳이 하와이안 피자를 찾아 먹지 않아도 좋다는 결론. 물론 하와이안 피자의 원조일 수 있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내가 하와이에 가서 막상 현지인들은 그렇게 찾지 않는다는 하와이안 피자를 찾아 먹게 되었지만. 
 
참고로 캐나다에서는 매년 2월 9일은 피자 데이라고 업계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밀고 있는 날이 있기도 하다. 이따가 피자나 한 두 조각 우걱우걱 먹어볼까? 치즈 가루랑 핫소스도 당연히 뿌려야지. 허기를 재촉하는 피자 이야기는 그럼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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